나는 인복이 참 많은 것 같다. 내가 사랑하는 사람보다 날 사랑해주는 사람이 더 많은 것보니 말이다.
얼마 전부터 아파서 제대로 운신도 못하고 있는 와중에 일이 생겨서 집에서 꼼짝 않고 일만 하고 있었는데 어제 동네 친구 최 양에게 전화가 왔다. 불닭 먹으러 가자고 말이다. 닭요리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를 알기 때문에 부러 전화를 넣었는데 아파서 못 나간다고 말했더니 어디가 아프냐고 꼬치꼬치 캐묻는다. 그래서 여기 저기 어떻게 아프다. 그런데 불닭보다 귤이 너무 먹고 싶다. 그랬더니 귤 사가지고 오겠댄다.
기다리니 오빠 퇴근시간에 맞춰서 왔다. 귤, 직접 쑨 야채죽, 동치미, 거봉, 떡볶이, 순대, 김밥을 가지고 말이다. 앞의 4가지는 날 위한 것이었고 뒤에 3가지는 오빠를 위한 것이었다. 원래 죽을 안 좋아하는데 최 양의 성의와 애정이 담긴 것이라 몇 수저 먹고 거봉 두 알 먹고 상을 물렸다. 그러고 마주 앉아서 티비를 보는데 온 몸이 쑤시는 것 같아서 앓는 소리를 냈더니 여기저기 다 주물러주고 마사지까지 해주고 집으로 갔다.
오빠가 이런 친구가 어디에 있냐고 좀 잘하라고 타박하더라. 그러고 보니 나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게 느껴지는 게 미안해 죽는 줄 알았다. 동네 친구라고 하지만 걸어서 10분 넘게 걸리는 거리 것도 밤길에 혼자 보내는 게 그래서 오래비에게 부탁해 집까지 데려다주고 누웠는데 문자가 왔다.
꼭 병원에 가보라고. 혼자 못 가겠으면 같이 가줄게. 라고 말이다. 그래서 오늘 최 양과 병원 같이 갔다 왔다. 어제부터 최 양은 내 애첩으로 등극했다. 이쁜 것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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